준법지원인제도는 연미복이 아니라 일상복이다-2017년 변호사대회 토론문

발표자께서 준법지원인제도에 대해 그 필요성, 각국에서의 발전 과정 및 배경, 우리나라 상법상 준법지원인제도에 대해 상세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 감사드리고, 준법지원인 제도 활성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그 취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저는 토론자로서 몇 가지 추가하고 싶은 부분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1. 준법지원인제도의 필요성

패러다임의 변화(사후조치에서 사전예방으로)

우선, 준법지원인제도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좀 더 부연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준법지원인제도는 회사를 둘러싼 리스크, 특히 위법행위로 인한 회사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준법지원인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도 어느 회사나 나름대로의 리스크관리를 해 왔습니다. 임직원들이 법령이나 각종 내부 규정을 위반하지 않도록 업무지침도 만들어 배포하고, 교육도 실시하였습니다. 하지만 리스크 관리라는 중심개념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불이나면 달려가 불을 끄는 소방수 역할이 주로 요구될 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주어진 규제환경을 무시하고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다가 큰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을, 뉴스에서 끊임없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수출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고, 또한 OECD회원국으로서 우리 기업에 요구되는 환경, 노동, 공정거래 등과 관련된 규제수준은 상당히 높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요즘 반부패와 관련된 각종 국제협약의 체결, ISO 37001(반부패경영시스템) 제정 등을 통해 좀 더 윤리적인 경영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종래의 사후약방문식의 대응으로는 건강하고 강한 기업으로 성장하는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 명확한 사실입니다.

사전예방의 핵심은 컴플라이언스

회사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리스크 관리는 필수적인데, 법률 위반으로 인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바로 컴플라이언스라는 것입니다. 흔히 자율준수라고 번역되는 컴플라이언스는, 회사를 임직원의 법위반행위로부터 보호할 뿐만 아니라, 그 회사의 임직원을 보호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이제 표준화의 정도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이 미국 양형기준에서 제시하고 있는 7가지 필수요소들인데, 미국 외에도 각국의 규제당국에서 제시하고 있는 제재감경기준들이 이와 유사한 요건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고 있는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운영 및 유인 부여 등에 관한 규정’에서도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7대 요소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핵심은 준법지원인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내용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상식적으로 접근해도 몇 가지는 바로 떠오릅니다.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대상을 알아야 하지요. 그래서 회사의 리스크를 찾아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임직원에 대해 교육 및 훈련을 실시하여야 하고, 교육훈련 받은 대로 업무를 수행하는지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이상 징후에 대해서는 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런 모든 활동들이 명확한 사내 규정에 의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컴플라이언스 활동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층의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합니다. 준법과 이익이 충돌할 때, 준법이 당연히 우선해야 합니다. 등대가 움직이지 않으니 배가 피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컴플라이언스는 바로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런 여러가지 컴플라이언스 요소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율준수관리자의 임명과 전담부서 설치입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누가” 이 일을 하는가 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컴플라이언스가 규제에 대한 사전 예방 시스템이라고 한다면, 그 규제는 정부와 해외의 각종 법령 등에 근거하고 있을 것이고, 그 규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컴플라이언스를 담당하여야 합니다.

준법지원인의 역할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가능하고, 제가 말씀드리는 컴플라이언스 담당자외의 다른 역할 역시 요구될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우리 기업들이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리스크 관리의 필수적인 장치로서 준법지원인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2. 준법지원인 제도 활성화 방안

발표자께서 준법지원인제도 활성화 방안으로서 제시하신 내용과 관련하여 제 의견을 추가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강력한 제재가 선결조건이다

발표자께서는 준법지원인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우선 미국의 예를 본받아 기업이 준법경영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경우에는 형사적, 행정적, 민사적 책임과 관련하여 감경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발표자께서 말씀하신 취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만, 이러한 감경의 전제로서, 저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제제가 우선이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최고경영자에게 준법활동 담당 임직원이 예방적인 준법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기 위해 결재를 받으려고 할 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그걸 꼭 해야 해?”입니다. 즉 문제도 되지 않았는데, 혹은 사업상 필요도 없는데 굳이 번거롭게 비용을 들여야 하느냐하는 것입니다. 준법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합니다. 최고경영자도 그 부분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지금” 해야 하느냐, 즉 자원의 투입에서 우선순위가 준법활동이냐 하는 것입니다. 이 허들을 넘는 것이 실무에서 아주 어렵습니다.

그래서 컴플라이언스를 “자율”준수라고 번역하는 것은 일견 타당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율이 아니라 회사가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타율”준수의 성질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미국과 EU의 경우 법위반으로 인한 제재가 매우 강력합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엄청난 벌금 외에 집행임원, 이사들에 대한 구속도 유별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법위반행위가 발생한 후에 막는다라는 생각은 전혀 납득이 되지 않고, 통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규제는 넓고 촘촘해 보이는데, 막상 위반하더라도 피해가 일시적이고 그다지 크지도 않습니다. 이사가 구속되는 경우는 아주 드문 일이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 기업들은 컴플라이언스를 우선순위에 두려고 하지 않습니다. 몇몇 대기업들,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수출기업들 외에는 심지어 아주 큰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내수를 위주로 하는 경우에는 더욱 이 부분이 취약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성장하는 기업들은 글로벌 전쟁터에서는 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들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서도 규제는 꼭 필요한 부분에서 이루어지되, 위반에 대한 제재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해 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인센티브 제공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언뜻보면, 위의 주장과 상치되는 내용입니다. 제재가 강력하면 인센티브 제공을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법위반 예방활동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고가 반영된 규제시스템을 갖고 있는 것이 EU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준법지원인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서로 배치되는 것으로 보이는 두 가지 주장을 함께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도나 관행의 변화는 시간을 두고 일어나기 때문에 제재를 강력하게 하는 방향으로 노력하면서 한편으로는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유도하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대법원의 양형규정을 통해 준법통제제도를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감경하거나, 행정부에서 갖고 있는 각종 규제에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관련 인센티브 제도를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이런 인센티브제도 역시 제대로 설계되어야 하고, 더 많은 토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준법지원인 설치 의무를 강화하자

일전에 제가 발제자로 이 내용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상법상 준법지원인을 두어야 하는 상장회사 중에도 아직 두고 있지 않는 비율이 제법 높습니다. 매년 더불어민주당의 민병두의원실에서 이 부분 관련하여 보도자료를 내고 있고, 자료에 따르면 어느 정도는 도입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어, 도입을 강제하기 위해 의무위반에 대하여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입법안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저는 과태료 부과 대상을 자산총액 1천억원 이상의 상장회사로 확대하자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컴플라이언스가 경영전략에서 우선순위가 되려면 우리 기업들의 대주주, 최고경영자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 모두 마인드가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준법지원인 설치 범위를 더욱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동력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는 정부에서 나서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계에서는 반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준법지원인을 두는 것을 비용으로 생각하지 말고 투자로 생각해야 한다고 저는 주장합니다. 하나의 예를 들면서 제 토론내용을 마치겠습니다.

저와 가까운 지인이 갑자기 조퇴를 하였습니다. 딸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이지요. 외곽순환도로 주행중 사고라 엄청 걱정했습니다. 다음날 출근을 했길래 물어봤습니다. 다행히도 큰 부상은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 뒷자리에 앉았는데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상태로 있다가, 옆자리에 동석한 동료가 뒷자리에도 안전벨트를 해야 한다고 벨트를 매 주었답니다. 그러고 난 뒤 3분만에 추돌사고를 당했다고 하더군요.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목숨이 위험할 뻔했으니까요. 하지만 그 안전벨트 덕분에 간단한 치료만으로 사고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만약 사고를 안 당했으면 안전벨트 괜히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불편하니까요. 하지만 이런 경험을 갖게 되면 앞으로는 반드시 안전벨트를 하게 됩니다.

컴플라이언스, 그리고 그 운행 책임자로서 준법지원인은 바로 기업의 안전벨트라는 사실을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모든 기업의 이해관계인이 이해하고, 일상의 업무 프로세스에 녹아들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